캠코더를 준비하고 싶더라 어쩐지
환자가 한명 왔다.
중풍 걸린지가 10년 정도 된 할아버지 환자신데
걷는 것이 종종걸음으로 걷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서
할머니가 상담하는 것을 한번 보자고 한 것 이었다.
이제껏 진료를 하면서 이상하게도 중풍으로 내원한 환자중에서
잘 걷질 못하는 환자들을 침을 놓으면 거의 10명중 9명은 5회 이내에서
많이 좋아지는 경험을 했다.
할 때마다 신기 했고 이유를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런 환자는 무조건 치료가 된다는
자신감 비슷한 것이 있었다.
그래서 한번 모시고 오라고 했고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왔다.
할아버지가 걸어오는 것을 보니 그 할아버지구나 라고 직감을 했다.
그런데 이제껏 내가 본 중풍으로 종종걸음을 걷는 환자중에서 가장 보폭이
작은 환자였다.
거의 보폭이 2에서 3센티 정도 밖에 보이지 않았다.
발바닥을 떼는 것이 아니라 거의 붙이고 장난감 로봇트처럼 걸으시는 것이 아닌가.
너무 마음이 아팠다.
다른 후유증은 거의 없는데 걷는 것이 그러시니 지난 10년간 얼마나 불편하셨겠는가?
그런데 그순간 내마음에서 이상하게 캠코더를 준비해야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침을 놓기 전에 맥을 보니 부정맥이 너무 심하고 너무 쾅쾅 뛰는 것이 여타
중풍환자 처럼 심장이 너무나 불안한 상태였다.
침을 놓고 나서 침대에서 내려오셔서 내가 한번 걸어보시라고
했더니 보폭이 2센티에서 무려 30센티로 늘어나 있었다.
그리고 그 보폭으로 보폭 2센티로 걸을 때의 속도로 가니 보통 사람들이 거의 뛰는 속
도로 한의원 복도를 다니시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캠코더를 준비하고 싶던 예감을 실천하지 못했음이 너무나도 후회스러웠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걷는 것을 보고 놀라서 몇분간 말도 못하셨다.
간호사들은 잠깐 놀라더니 금새 일상의 생활로 돌아갔다.
그것이 섭섭해서 어떻게 그렇게 반응이 시큰둥하냐고 했더니
그것보다 더 한일이 자주 일어나는데 뭐 놀랄 것도 없다는 식이었다.
참으로 환자에게 있어서는 다행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또 있다.
그 다음날 그 환자가 오지 않은 것이다.
나 같으면 그 다음날 바로 치료 받으러 왔을텐데.
그리고 전화라도 한통 할텐데.
사람의 운명은 한명의 의사로 해서 쉽게 바뀌는 것은 절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