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부산에서는 영남권의 한의사 3천 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가 있어 화제가 되었다. 한의사들이 모인 이유는 바로 천연물 신약이라는 것 때문이다. 흔히 우리는 직업군이 모여서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면 으레 밥그릇 싸움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천연물 신약 문제는 단순히 밥그릇 싸움 때문만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 건강과 안전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천연물 신약 문제를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한다면 한약을 양약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약을 양약으로 만들었다니? 천연물 신약이라는 것이 있단다. 우리가 흔히 먹는 아스피린처럼 천연물에서 어떤 특정한 것을 고도의 기술로 뽑아내서 약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러한 것을 만들기 위해 시도했고 그 시도가 벽에 부딪히자 식약청과 정부에서 법을 바꾸면서 우리나라에서만 한약을 달여서 가루로 만들어 캡슐에 담거나 알약으로 만들면 천연물 신약이라는 이름의 양약으로 인정해 주면서 문제가 생겼다.
예를 들어 신바로라는 약은 자생한방병원의 청파전이란 한약을 그대로 가루 내어 캡슐에 담았고, 레일라라는 약은 활맥모과주라는 약의 처방을 그대로 모방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되었을 때 어떤 문제가 있을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국민들이 한의학에 무지한 양의사들에게 한약을 처방받아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양약을 한의사가 처방한다면 국민들이 믿을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한약을 양의사가 처방한다면 이것을 국민들이 믿고 먹어야 할까?
한약이 양약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고 알려져 있지만 천연물이 화학 합성물에 비해 선천적으로 가지는 부작용이 덜할 뿐이지 한약 자체가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극에서 보는 사약 역시 한약이지 않은가? 이러한 한약은 지금까지 한의사가 전문적인 변증을 통하여 처방하였기 때문에 안전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한약을 한의학을 배우지 않은 양의사가 처방했을 때 괜찮을까?
예를 들어 쑥을 달여 만든 스티렌 정은 양의사들에 의해 위염 증상이 있을 때 무작위로 처방되지만 실제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위염을 앓을 때에는 도리어 위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소화불량에 쓰이는 모티리톤이라는 약의 구성성분인 견우자는 워낙 독성이 강해 한의사들도 애를 먹어 가며 조심히 처방하는 약재다. 이러한 한약재를 한의약 지식이 무지한 양의사들이 무턱대고 처방했을 때 우리 국민들은 안전할 수 있을까?
천연물 신약은 현재 총 7종이 출시되어 있다. 다행히 아직 국민들이 한약을 양의사가 처방함으로써 겪을 수 있는 부작용이 피부에 직접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식약청이 한약을 양약으로 바꿀 수 있는 길을 대폭 완화해 준 2008년 이후 제약회사들은 손쉽게 약을 만들 수 있는 천연물 신약에 매달리기 시작했고 앞으로 내후년까지 약 70여 종의 한약이 천연물 신약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어 양의사들에 의해 처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정말로 우리 국민들은 양의사가 처방하는 한약을 불안에 떨며 먹어야 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모과, 당귀, 우슬, 천궁, 천마, 오가피, 홍화, 계지, 진교, 방풍, 위령선, 속단. 현재 양의사에 의해 처방되고 있는 양약, 레일라 정의 구성 성분이다. 이 처방을 양의사가 제대로 우리에게 설명해 주고 처방할 수 있을까? 어떤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어떤 환자에게 써야 할지 알고 있을까? 과연 그래도 우리 국민들은 안전할 수 있을까?